2014년 4월 24일 목요일

해경이 빌려갔다는 다이빙벨에 대한 소고

아마 12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해경에서 모 대학에서 싸구려 다이빙벨을 빌려갔다는 뉴스가 나왔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 봤을테니 그거에 대해선 별로 자세히 쓸 말은 없습니다.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애초에 자세히 쓸 말은 없습니다. 애초에 그 기사가 나온 이후로 더 이상 붙은 살은 없으니깐 말이죠.

그런데 엉뚱한데서 살이 많이 붙었습니다. 해경을 욕하는 목소리가 이제는 무슨 역적 모의를 발견한 것 마냥 커졌고, 이종인씨는 거의 예수님과 동급이 되기 직전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글에서 이종인씨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뭣하겠습니까? 단지 오늘 있었던 일만 얘기해도 충분한 글감은 나오니 이종인씨 얘기는 빼겠습니다.

오늘 이슈가 된 뉴스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그 다이빙벨이 대학 시설에서 빌려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주목할만한 것은 어디에서도 그 빌려갔다는 다이빙벨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항구에는 수백명이 넘는 기자와 시민단체 회원, 유가족, 자원봉사자가 몰려있고, 사고 해역에도 기자들의 카메라가 먹잇감을 찾으려고 번뜩이고, 유가족들까지 배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그게 물 위에 떠 있는 걸, 심지어 끌어 올리기 위한 크레인이 달린 바지선조차 본 사람이 아무도 없죠. 심지어 그거라도 봤으면, "봐라, 이게 증거다"라고 확인도 안된 찌라시라도 올라왔을텐데, 그것조차 없습니다.

최초의 기사 유포자,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순수하고 거짓됨 없는 하나의 팩트만으로 이렇게 큰 파장을 만들 줄도 알고요. 제가 만약 언론사 기자였다면 그 빌려간 다이빙벨을 찾아 돌아다니며 자금 어디에 있고, 무슨 용도로 사용될거다 라고 확인하고 기사 쓸 준비하느라 삽질만 하고 앉아 있을 겁니다.

대중은 참 쉽게 언론에 속아넘어갑니다. 심지어 진실이 적혀 있는데도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속아넘어가기도 하죠. 어느 한쪽의 언론에 크게 속아 넘어가 "아 다시는 안 믿을 거야" 하면서도 결국엔 또 속아 넘어가죠. 심지어 반대편에 가서도 속아넘어가죠. 심지어 언론에 속아 넘어갔다는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 지금 누군가에게 속아 넘어 가고 있는 걸지도 모를 겁니다.

때문에 양심있는 언론인은 신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손에 들린 자료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해경은 명예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떠드는 어떤 사람들도 해경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을 보시기 바랍니다. 대기업 평사원보다도 못한 급료를 받으면서 살아 있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찾기 위해 바닷속으로 뛰어 들고 있는 것도 저 해경들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장비라면 왜 굳이 그들이 마다 하겠습니까? 윗사람들의 자존심 때문에요? 지금  형국에서 언론 입김이 더 쎌까요, 아니면 자기들 자존심 지키기가 더 쎌까요? 억지로 등떠밀려 하는 척이라도 하면 모를까, 왜 온 국민의 눈이 다 쏠리고 대통령까지 언론 눈치 보는 이 상황에서 해경만 자존심 지키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도 해경의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보려 하지 않습니다. 홍 모라는 인간여자가 인터뷰로 해경을 욕했을 때도 처음에 아무도 해경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민간잠수사들이 나서서 변호해 준 뒤에야 물먹은 듯이 조용해졌죠. 이게 지금 한국의 언론이고, 한국의 여론이라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판단하라는 것은 한쪽 말만 듣고 내 돌대가리의 생각을 정리한 뒤에 판단을 하라는게 아닙니다. 정말 많은 정보를 모은 뒤에 내려도 늦지 않습니다. 왜 반대쪽의 말을 듣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리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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