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 금요일

삽질랜드의 GPS 이야기


육하원칙에 따른 논리에서 항상 두번째로 나타나는 것은 '어디서(where)'이다. 이는 뒤에 붙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를 꾸며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이 두가지가 이루어지는데 있어서는 어디서인지를 아는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여행을 하거나, 운송을 하거나, 누군가를 찾아가야 한다거나, 혹은 기전쟁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자신이 어디에 있고, 목적지가 어디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히 전쟁이나 국가 재난 상황 같이 거대한 규모일수록 그에 대한 중요성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역사를 살펴봐도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는 자주 나타났다. 삼국지에서도 항상 장수들이 미로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포로가 되거나 죽는 게 일반적인 클리세라고 할 정도로 위치를 잃게 되는 것은 중요한 패착 원인 중의 하나였다. 물론 가끔 운이 더 좋아서 헤매다 보니 적의 본진을 찾아내거나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는 일도 있긴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로는 대부분이 길을 잃고 전멸하는 스토리가 더 많았다. 심지어 포병이나 폭격기에 알려줘야 할 좌표를 잘못 알게 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 문제는 치명적이었다.


육분의 #


이런 이유로 인해 고대 때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이 전해져 내려왔다. 넓은 평야를 돌아다니는 목동이나 먼 거리를 왔다갔다하는 상인들은 계절과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서로 다른 별자리를 이용해 방향과 위치를 파악했고,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프톨레마이오스는 지리학에서 각 도시들의 위치를 매우 상세히 그릴 수 있었다. 15세기 무렵,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된 해양 탐험이 시작된 이후로는 나침반과 육분의를 이용해 태양의 고도를 이용해 위치를 파악 하는 천문 측량으로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서 좀 더 정확한 위치 파악이 이루어지고 더 먼 곳까지 항해가 이루어 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여전히 오차가 심했고, 한 번 위치를 잃어버리게 되면 다시 원상 복구 시키는데 복잡한 수식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를 적용시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이 노력은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가까지 나서서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라디오, 즉 무선 전파였다. 실제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폭격기가 런던을 폭격하고자 할 때, 낮이라면 쉽게 하늘에서도 지상의 건물들의 배치 등만 보고서도 런던이라는 것을 알고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하지만 달도 없는 밤에 등화관제로 인해 도시도 어두컴컴하다면 바로 아래에 있는게 바다인지, 그냥 평야인지, 런던인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폭격기의 방향을 유도하기 위해서 폭격기들이 날아가는 방향 후방의 라디오 전송탑에서 라디오 전파를 쏘아서 폭격기들이 곧장 런던 방향으로 날아가게 유도한다. 이때 폭격기에 탄 항법사나 조종사가 헤드셋을 통해 유도하는 주파수의 음향을 쫓아 날아가게 된다. 이후 다른 곳에 위치한 라디오 전송탑에서도 런던을 향해 라디오 주파수를 쏘는데, 조종사의 헤드셋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주파수의 음향에서 갑자기 다른 주파수의 음향이 튀어나온다면 이는 서로 다른 곳에서 발사한 주파수가 만나는 지점, 즉 런던 상공이라는 뜻이었고, 그냥 폭탄창만 열어서 폭탄을 투하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2차 세계대전의 폭격기들은 적의 도시에 폭탄을 퍼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적이 주파수를 알아내서 방해 전파를 흘리면 폭격기가 엉뚱한 곳에 폭탄을 쏟아 부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전송탑이 목표지점에 가까운 곳에 있지 않는 이상 전파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는 곳까지는 폭탄을 쏟아 부을 수가 없었다. 만약 적성국 깊숙한 곳, 예컨대 소련 한가운데를 폭격해야 한다면 이런 기술만으로는 정확한 폭격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 1957년, 냉전이 한창인 시절, 미국이 충격에 빠질만한 사건이 벌어진다.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유인우주선 스푸트니크 호를 우주로 발사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최초의 유인우주선 발사라는 명예를 소련에게 빼앗겨 미국이 한참 충격에 빠져 있을 무렵, 존 홉킨스 대학의 물리학 연구진은 소련이 스푸트니크 호의 선전을 위해 스푸트니크 호에 장착한 라디오의 주파수를 이용해 스푸트니크 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지상에 여러 개의 수신기를 설치해 놓고 스푸트니크 호가 일제히 뿌리는 라디오 신호를 수신기가 잡았을 때 위치마다 다르게 발생하는 시간차를 이용해 스푸트니크 호의 위치를 잡는다는 것이었다.


이 흥미로운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미 해군이었다. 당시 미국이 개발한 폴라리스 탄도 미사일은 잠수함에서 지상의 물체를 타격할 수 있는 물건이었으나 문제는 잠수함의 현 위치를 정확히 계산이 가능하게 해줄 방법이 없어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군은 독자적으로 바다 한가운데서도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항법 체계 연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존 홉킨스 대학 연구진의 실험에 흥미를 느낀 미 해군은 이들의 기술을 활용해 위성을 이용한 항법 체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60년 미 해군에 의해 최초의 위성항법체계인 NAVSAT이 시작되었다. 트랜싯이라는 위성이 지구 주변을 돌면서 3년 간 시범 운행을 했고, 마침내 1964년부터 미해군이 보유한 모든 항공모함서부터 잠수함, 경비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군함이 자기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소련도 비밀리에 입수한 모토로라의 수신기(당시 모토로라는 미군의 주요 통신 장비 납품 업체였다)를 일부 군함에 장착하고 이용해 NAVSAT을 몰래 사용하기도 했다.
발사를 준비 중인 트랜싯 위성#


해군이 정확한 항법체계를 원했던만큼, 해군 만큼이나 정확한 항법 체계를 원하던 공군은 옆에서 해군이 새로운 항법 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자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무선 전파를 이용한 항법체계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던 공군도 해군의 NAVSAT을 적극적으로 따라해 1978년,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위성항법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GPS였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NAVSAT이든, GPS든, 두 항법체계는 모두 군대에서 개발했으며, 따라서 민간에게는 공개가 되지 않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지도 못했으며, 사실상 기밀 프로젝트나 마찬가지였었다. 하지만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면서 GPS에 대한 정보가 풀리게 되었다.


1983년, 존.F.케네디 공항에서 이륙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소속 007편 보잉 747기가 통상 경로를 벗어나 사할린 섬 인근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조종사와 승무원,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하는 초유의 민간 항공기 피격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비행기가 경로를 이탈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당시 민간 항공기에 장착된 관성항법장치가 오류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비행기가 코스를 이탈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민간 항공기들은 자체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은 당시까지 기밀로 부쳐져 있던 GPS를 일반에게 공개한다는 선언을 한다. 이로서 민간 기업들도 GPS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많은 선박과 항공기들은 위치를 잃고 엉뚱한 곳에 부딪치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GPS는 완전히 공개 된 건 아니었다. 레이건의 선언이 나온 직후에 개발된 GPS의 주파수 신호는 군용과 공개용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위성들이 완전 전개될 때까지 민간에서 제대로 이용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군용은 암호화가 되어 있어 민간에서 사용하기는 더 힘들었으며, 특히나 군용의 정확도가 더 높았다. 물론 이정도는 선박이나 항공기에는 큰 장애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GPS에는 적성국에서의 무분별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용에도 특수한 암호화가 걸려 있었다. S.A(Selective Availability)는 문자 그대로 암호화된 GPS 주파수에 차등을 두어 사용하는 기기에서 의도적으로 오차 발생을 크게 만들었다. SA로 인해 발생하는 고의적 오차의 범위는 최소 20미터에서 최대 100미터에 이를 정도였다. 이는 적성국이 민간용 주파수를 무분별하게 이용할 시 전쟁에서 미국이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사용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도록 조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GPS의 보급은 거북이 수준으로 느렸으며, 오차가 크기 때문에 측량 용도의 목적에서도 사용하기가 불가능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1월부터 SA를 해제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후 GPS의 보급은 엄청난 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10년이 지나자, GPS의 보급률은 인터넷과 맞먹는 수준으로 빨라졌으며, 현재는 스마트폰과 함께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만큼 중요한 기술이 되어 버렸다.


사실 미국이 GPS를 공개한 것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미국이 GPS 위성을 배치하는데 있어 다수의 위성이 투입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했었다. 특히 미국과 소련간의 스타워즈 경쟁으로 인해 미국의 부채가 엄청난 수준인 상태에서 미군은 하루빨리 부담을 덜어내고 싶었다. 실제로 GPS의 미군 내 경쟁자였던 NAVSAT도 1996년 이후로 중단되어 GPS로 통합되었다. 하지만 GPS를 공개하고 민간 시장을 키워낸 다음에 GPS를 민간에 매각시켜 버리면, 미군의 부담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도 미국 내에서는 GPS 매각에 관한 여론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또다른 공개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되자 사실상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강적은 일시적으로 사라졌고, 사실상 미국만이 남은 무주공산의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에 대해 직접적으로 적대할 수 있는 세력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전에 포석을 깔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GPS라는 것이다. 즉 GPS가 가상의 적성국에 보급화된다면 이후 그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었을 때 미국이 GPS 정보를 차단해 버리면, 그 나라의 국민들과 여러 기업이 겪게 될 혼란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90년대로 후퇴해 버리게 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GPS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을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러시아가 최근 개발 완료한 글로나스 프로젝트이다. 글로나스 프로젝트도 냉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공격잠수함을 이용한 탄도 미사일 발사 연구를 하는 중에 새로운 항법 체계 연구를 시작했고, 역시 마찬가지로 위성을 이용한 기술을 연구했는데, 시범 운용 중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글로나스 프로젝트 역시 사장되고 말았다. 그래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글로나스는 실패한 GPS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푸틴이 집권한 이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GPS를 대체할 수단으로 글로나스 프로젝트가 부활하게 되었고, 2010년대에 이르러 글로나스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글로나스에 대한 보급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한편, GPS 사용 기기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며 GPS의 보급을 방어하고 있다. 이에 현재 대부분의 러시아 진출 기업들은 글로나스와 GPS를 동시에 운용 가능한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폰4S가 바로 그 첫번째 주자. 물론 현재까지도 정확도는 GPS쪽이 더 높으며, 기본 설정도 GPS 우선으로 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도 위성항법체계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단 러시아 다음으로 EU와 일본이 후발 주자로 여기에 뛰어들었으나, 일본은 사실상 예산 문제로 철수했고, EU의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시범 단계에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나서고 있으나 언제쯤 투자에 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중국과 인도가 그 다음 후발 주자로 나서고 있는데 현재 중국의 베이두(북두) 체계는 GPS, 글로나스 다음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항법 체계로 꼽히고 있으며, 실제로 2012년부터 베이두는 중국 전역과 태평양 일부 지역에 지원이 가능한 상태이다. 어쩌면 갈릴레오 프로젝트보다 더 먼저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GPS의 시각적 이론.#

GPS의 이론적 바탕은 상대성 이론과 도플러 효과에 있다. 이는 위성이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회전함으로서 발생하는 시차를 극복한다는 물리학의 뭔가를 얘기하는 듯 하지만, 글쓴이의 물리학 레벨은 바닥을 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다만 기술적 원리는 설명이 가능한데, 기본적으로 위치를 잡아줄 3대의 위성과 1대의 오차 보정 위성, 총 4대가 있으면 위치 결정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로 설명하자면, 초등학교에서 삼각형을 만드는 이론에서 조건 중의 하나가 "세 변의 길이를 알고 있다"인데 세 개의 위성을 이용한 삼변측량으로 위치를 구하게 된다. 이 때 4번째 위성의 역할은 각 위성과 수신기가 주고 받는 시간차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와 위성은 서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하는데, 이를 수정해줄 요소로서 4번째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GPS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네비게이션으로는 물론이고, 이제는 스마트폰까지 들어갔으며, 군대에서는 일개 보병에서부터 전투기, 군함, 미사일, 심지어 구형 폭탄에까지 GPS를 부착해 값싸고 정밀한 명중률을 보장하는 유도폭탄으로 환골탈태시켰으며, 측량에서는 대규모 장거리 측량의 정밀성을 높여주는데 일조해 지형의 유동 등에 대한 연구에 쓰이고 있다. 또한 인공 위성 등의 위치를 추적하고 설치 위치를 잡아주는데도 GPS가 활용되고 있다.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Global_Positioning_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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